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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의원행정 SaaS 만들기 이야기 — 번외 1편

권진열
3분 읽기

[번외] AI에 insane하게 빠져 산 5개월. 코드는 늘었지만 잠은 줄고 머리는 쪼개졌다. 1인 창업자-개발자로 번아웃을 마주한 기록.

여러분의 시간, 건강, 컨텍스트는 안녕하십니까

LLM의 발전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2026년. AI에 이른바 insane하다고 할 정도로 빠져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안녕한가.

2026년 1월에 LLM을 본격적으로 만지기 시작한 뒤, 머릿속에 쌓아둔 todo list를 하나씩 깨부수면서 내 삶은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

하던 모바일 게임도 접었다. 유튜브도 거의 보지 않는다. 수많은 콘솔 게임도 어쩌다 한 번 접속할 뿐이다.

밥 먹고 진료 보고, 가족과 보내는 짧은 시간을 빼면 모든 시간을 AI에 쓴다.

초기에는 자다가도 만들고 싶어서 일어날 정도였다. 지금은 수면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런데도 점점 신체적·정신적 체력이 떨어진다. 이른바 번아웃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AI 작업에 붙여 쓰는 스킬 중에 biz-discovery라는 게 있다. 내가 만드는 것의 시장성을 조사해 주는 스킬인데, 이놈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1인 창업자-개발자로서의 번아웃을 조심하라고. 몇 개월 전의 나는 콧웃음을 쳤다. 지금은 그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첫째,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

AI는 알아서 다 해결해 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챠와 비슷하다. 빠른 턴으로 비결정적인 결과를 내뱉는다.

그걸 빠르게 확인하고 또 일을 시키다 보면, 할 일이 끊이지 않는 무한 루프에 빠지는 듯하다. 너무 과도하게 머리의 컨텍스트를 쓰고 나서 뇌가 지친 상태로 잠자리에 들면, 자면서도 뇌가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

9편에서 LLM의 비결정론을 코드로 막는 얘기를 길게 썼다. 그런데 그 비결정성을 매일 마주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가챠를 백 번 돌리고 자는 사람의 뇌가 멀쩡할 리가 없다.

둘째, 뇌가 너무 쪼개진다

평소엔 VSCode 창 2개, 많을 땐 4개를 동시에 돌린다. 그 안에서 또 세션이 여러 개 돌아간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의 연결성이 떨어진다. 동시에 너무 많은 걸 처리하려다 보면 집중력이 이어지지 않는 순간이 많다.

이걸 보완하려고 llm-wiki를 만들고, 메모리·하네스 같은 걸 박아 둔다. 그런데도 결국 내 머릿속에 정리된 무언가를 갖기가 점점 어렵다.

그래서 이것까지 AI에게 위탁한다. 그런데 AI도 이만큼 비대해진 프로젝트의 컨텍스트를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과부하를 똑같이 느낀다.

결과적으로 나는 하나를 깊게 붙잡고 머리에 넣거나 생각하는 법을 잃어가는 느낌이다.

셋째, 끊임없는 무한 루프

앞의 둘과 겹치지만, 따로 떼서 쓸 만하다.

AI가 결과물을 끊임없이 내놓으니까 일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늘고 있다.

예전엔 뭐 하나 시켜놓고 하루이틀 기다렸다. 지금은 시간 단위, 분 단위로 결과가 나온다. 나도 그 속도에 같이 일이 늘어난다.

AI에게 루프를 돌리고 결과만 확인하는 것도 라이브 서비스 중인 상태에선 위험하다. 결국 하나하나 체크해야 한다. 9편에서 깐 하네스, 훅, 게이트 — 그것도 결국 내가 들여다봐야 한다.

누가 AI가 인류에게 노동을 해방시켜 준다고 했는가. 그냥 일만 늘고 있는데.

그래서 요즘 정한 규칙들

  • 퇴근해서 아이들이 자기 전까지 노트북을 켜지 않는다.
  • 주말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 긴 문장을 오랫동안 읽는 시간을 다시 만든다.

대단한 규칙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거라도 정해 두지 않으면 무한 루프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biz-discovery가 경고했던 1인 창업자-개발자 번아웃은 추상적인 단어였다. 지금은 구체적인 증상으로 도착해 있다.

AI에 insane하신 분들,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본편은 10편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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