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에 전날 도착했다.
작년에는 재킷을 입어도 약간 쌀쌀 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따뜻했다. 재킷을 벗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할 정도의 날씨? 공항이 작년보다 훨씬 조용했다. 입국도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학회당일에는 등록을 하려면 줄을 30분씩 서야 해서 올해도 전날에 미리 학회장에 가서 등록을 하기로 했다. Parker Seminar는 1951년에 시작된 미국 최대 카이로프랙틱·웰니스 학회다. 배지를 받으면서 보니 올해는 75주년이라 그런지 공간이 조금 더 정성스럽게 꾸며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내일부터 5,000명 정도가 참석한다고 한다.
BTC Korea 멤버들과 함께 온 터라, 등록을 마치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팰리스 호텔로 모노레일을 타고 갔는데 마치 데이트를 해야 할것 같은 곳이다. 다들 오이스터와 파스타, 그리고 스테이크를 즐겼다. 그리고 작년에 갔었던 디저트집에가서 커피를 한잔했다. 이번엔 시차적응을 꼭 하리라 마음을 먹었어서 디카페인을 마시고, 작년에 맛있어 보였는데 못먹었던 디저트를 먹어봤다.
왜 통증의학과 의사가 Parker Seminar에 오는가
병원을 3일 쉬었다.
원래 쉬는 수요일을 대신 열어서 어느 정도 벌충했지만, 계산해보면 거의 한 달 순수익을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항공권, 숙박, 등록비까지 더하면 숫자가 커진다.
올 때마다 고민한다. 통장을 보면서, 아빠 보고 싶다는 아이들 얼굴을 보면서. 이번에도 떠나기 전날 그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온다.
변화의 물결을 직접 보지 않으면 나는 그대로 도태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Parker Seminar 2026 — 학회가 달라지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제작년 올랜도 BTC 세미나, 작년 라스베이거스 파커 세미나, 그리고 올해. 처음엔 낯설었던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카이로프랙틱 학회 다녀왔다"고 하면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국내에서 허가된 면허도 아니고, 미국에서도 MD들에게 여전히 배척받는 직군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서 배운다.
연사 라인업을 보면 이 학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읽힌다. Gary Vee(기업가·콘텐츠 마케팅 전문가)는 작년에도 있었다. Rhonda Patrick(영양·장수의학 연구자), William Li(혈관신생 연구의 대가), Andy Galpin(근육생리학·스포츠 과학자) — 단순 동기부여 연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웰니스와 과학을 다루는 사람들의 비중이 늘고 있다. 카이로프랙틱 조정 기술 강의는 줄고, 장수의학(longevity medicine), 근육, 영양, AI, 마케팅이 메인 무대를 채우고 있다.
한국 학회는 치료 기술에 집중한다. 그게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다르다. 그들이 힘들수록 더 멀리 본다. 우리가 아직 고민하지 않는 것들을 그들은 이미 실행하고 있다. 임상 기술만이 아니라 직원 교육, 마케팅, 비즈니스, AI까지 — 치료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의 학회다.
눈과 귀를 닫아두면 그 간격은 조용히 벌어진다.
사흘간 들은 주요 세션
사흘 동안 여러 강의를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각 세션별로 따로 정리할 예정이고, 여기서는 각 강의에서 머릿속에 남은 한 줄만 적는다.
Mike Boyle(미국 대표 스트렝스 코치, Mike Boyle Strength & Conditioning 설립자) — 성인의 정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들을 다치게 해서 생계를 위협하는 운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
Andy Galpin(Cal State Fullerton 근육생리학 교수, Huberman Lab 단골 게스트) — NBA, MLB 선수들의 근육을 MRI로 저렇게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스포츠 과학이 이미 저기까지 와 있었다.
Gary Vee(VaynerMedia CEO, SNS 마케팅·퍼스널 브랜딩의 아이콘) — 작년에는 그냥 들었다. 올해는 달랐다. 내가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고 나를 어떻게 알릴지, 구체적인 영감을 가지고 나왔다.
Jeff Langmaid(The Smart Chiropractor 창업자, 카이로프랙틱 AI·마케팅 전문가) — AI 콜 에이전트 라이브 데모를 보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한국은 아직 느리다. 미국은 이미 쓰고 있고,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
작년에는 근골격계 임상 강의를 중심으로 들었다. 이번엔 의도적으로 달리 움직였다. 비만, 영양, 그리고 비즈니스, 마케팅, AI. 같은 학회인데 듣는 트랙이 달라지니 전혀 다른 학회처럼 느껴졌다. 내가 달라진 건지, 학회가 달라진 건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Breakthrough Coaching CEO, Mark Sanna와의 저녁
학회 기간 중 Mark Sanna 선생님과 식사 자리가 있었다.
선생님은 BTC(Breakthrough Coaching)의 CEO로, 10년 전부터 한국 멤버들을 이끌어 오고 있다. 단순히 비즈니스 코칭만 하는 분이 아니다. 선생님이 한국 의사들에게 계속 강조해온 것은 일과 삶의 균형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 그래서 이렇게 직접 미국에 데려와서 학회를 듣게 하고, 같이 밥을 먹고, 라스베이거스를 경험하게 한다. 강의실 안에서 배우는 것과 강의실 밖에서 경험하는 것이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덕분에 BTC Korea 멤버들은 단순히 치료 기술을 배우러 오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 실제로 굴러가고 있는 wellness를 직접 보고 느끼러 온다. 병원 바깥의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안에서 의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경험하러 온다.
그날 선생님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고 했다. 지금 한국 의사들이 겪고 있는 것들 — 도수치료 선별급여, 흔들리는 실손보험 — 이런 것들이 미국에서는 이미 일어났던 일이라고. 그래서 미국 카이로프랙터들 중 많은 수가 wellness와 longevity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험에 기대지 않는 진료 모델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이 학회의 변화가 우연이 아니었다.
선생님은 항상 우리를 배려한다. 영어로 이야기할 때도 쉬운 단어로, 아주 천천히 말씀하신다. 한국 멤버 한 명 한 명을 신경 쓰는 게 느껴진다. 그런 사람 곁에서 배운다는 게 어떤 건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Parker Seminar 2026을 마치며
마지막 날은 아침 8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짐을 맡겨두고 오후 5시 반까지 강의를 들었다. 10시 50분 비행기, 대구까지 내려오는 건 또 한 세월이었다. 그래도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 묘한 흥분과 기대가 가득했다. 해야 할 것들이 정리가 됐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지식보다는 방향이었다. 뭔가를 새로 배웠다기보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다는 확인을 받은 느낌에 가까웠다.
올해는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멤버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녹음을 했고, 공부한 자료를 한데 모을 수 있었다. 나는 이번 학회를 위해 음성 인식부터 번역까지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미리 만들어서 갔다. 강의를 들으면서 실시간으로 한국어 번역본을 볼 수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세션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게 훨씬 수월했고, 덕분에 집중도가 달랐다.
내년에도 온다
내년에 또 올 것 같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 또 어떤 주제들이, 어떤 연사들이, 어떤 인사이트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궁금하다.
이번 학회에서 들은 세션들은 순서대로 따로 정리할 예정이다. 각 강의에서 임상적으로, 그리고 비즈니스적으로 건져온 것들을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
자주 묻는 질문
Parker Seminar는 무엇인가?
Parker Seminar는 1951년 시작된 미국 최대 카이로프랙틱·웰니스 학회다.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며 5,000명 이상의 카이로프랙터, 의료인, 웰니스 전문가가 참석한다. 2026년은 75주년으로, Caesars Forum에서 2월 26-28일 3일간 진행되었다.
한국 의사가 미국 카이로프랙틱 학회에 왜 가는가?
Parker Seminar는 카이로프랙틱 기술만 다루는 학회가 아니다. 장수의학(longevity medicine), 영양, 스포츠 과학, AI, 마케팅, 비즈니스 경영까지 포괄하는 종합 웰니스 학회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 의료 환경(도수치료 선별급여, 실손보험 변화)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는 의사들에게 미국의 사례는 실질적인 참고가 된다.
BTC Korea란 무엇인가?
BTC Korea는 Breakthrough Coaching의 한국 멤버 그룹이다. Breakthrough Coaching은 Mark Sanna DC가 이끄는 국제 의료 경영 컨설팅 기관으로, 카이로프랙터와 의사들에게 진료 이외의 경영, 마케팅, 리더십을 교육한다. 한국에서는 통증과 웰니스에 관심이 많은 의사들이 각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다.
Parker Seminar 2026 주요 연사는 누구인가?
2026년 주요 연사로는 Gary Vee(기업가·마케팅 전문가), Andy Galpin(근육생리학 교수), Mike Boyle(스트렝스 코치), Rhonda Patrick(영양·장수의학 연구자), William Li(혈관신생 연구자), Jeff Langmaid(카이로프랙틱 AI·마케팅 전문가) 등이 있었다. 기존 카이로프랙틱 기술 강의 비중은 줄고, 웰니스·비즈니스·AI 세션이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