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커 세미나 사흘째, Thomas DeLauer의 강의를 들으면서 메모장에 같은 단어가 계속 반복됐다.
NAD+.
강의 주제는 미토콘드리아 최적화였는데, 세포 에너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분자로 모였다. 현장에서 느낀 건 단순했다. 미국에서 장수의학, 회복, 퍼포먼스, 웰니스를 이야기하는 흐름 안에서 NAD+는 이미 주변 주제가 아니라 중심 주제 중 하나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강의장을 가득 채운 5천 명의 의료인들이 열심히 받아 적고 있었고, 왜 이런 흐름이 생기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노화를 다르게 보는 사람들
먼저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을 짚고 가야 한다.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David Sinclair) 교수. 그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노화는 질병이다."
막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문장의 의미는 구체적이다. 노화를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세포 기능이 저하되는 생물학적 과정으로 보는 것이고 — 그렇다면 관리하고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싱클레어의 노화 이론은 한 마디로 **"후성유전 정보의 손실"**이다.
DNA 자체가 망가져서 늙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동일한 DNA를 갖고 있지만, 어떤 세포는 간세포가 되고 어떤 세포는 근육세포가 된다. 이건 DNA가 달라서가 아니라,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끄는지에 대한 설정값 — 후성유전 정보 — 이 다르기 때문이다.
싱클레어의 비유로 설명하면:
- DNA = 하드웨어, 원본 설계도
- 후성유전 정보 = 소프트웨어, 설정값
- 노화 = 소프트웨어가 점점 꼬이는 현상
이 소프트웨어가 흐트러지면 세포가 자기 역할을 잃어간다. 간세포가 간세포답지 않게 행동하고, 근육세포가 근육세포답지 않게 변한다.
이 이론에서 중요한 함의는 복원 가능성이다. 하드웨어가 파손된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꼬인 거라면, 설정을 다시 복원하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싱클레어 팀은 마우스 실험에서 이 재프로그래밍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회로의 핵심에 NAD+가 있다
싱클레어 이론에서 NAD+는 장수 회로를 움직이는 연료에 해당한다.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는 세포 에너지 대사, DNA 손상 복구, 시르투인 활성 등 몸의 핵심 회로에 관여하는 보조인자다.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고, 버티고, 복구하고, 적응하는 과정 곳곳에 관여하는 분자다.
그중 싱클레어가 특히 주목한 것은 **시르투인(Sirtuin)**과의 연결이다.
시르투인은 세포 스트레스 반응, DNA 안정성,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군이다. 이 시르투인이 작동하려면 NAD+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료가 있어야 엔진이 돌듯이.
경로를 따라가면:
NAD+ → 시르투인(SIRT1) 활성화 → PGC-1α 작동 → 미토콘드리아 기능 유지 및 생합성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체내 NAD+ 수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NAD+가 줄면 시르투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그 결과 세포 유지 시스템 전반이 약해진다.
싱클레어 이론에서 NAD+를 높이는 것은 노화 조절 회로를 다시 켜는 것에 가깝다.
파커 세미나에서 더 분명해진 것

Thomas DeLauer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NAD+를 만능처럼 설명하지 않았다. 미토콘드리아 적응이라는 더 큰 틀 안에서 위치를 짚었다.
핵심 경로:
- 운동 → AMPK 활성화 → PGC-1α → 미토콘드리아 생합성
- 단식 → AMPK 활성화 → PGC-1α → 미토콘드리아 생합성
- 사우나, 냉각 노출 → 호르메시스 반응 → 적응 경로
- NAD+/시르투인 → 같은 생태계 안에서 PGC-1α와 연결
싱클레어와 DeLauer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같은 경로를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운동과 단식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가 운동하면 건강에 좋다는 건 알고 있다. 단식도 마찬가지다. 사우나도 그렇다. 그런데 왜 좋은지 세포 수준에서 설명해본 적이 있나?
이것들은 전부 같은 경로를 거친다.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자극하는 행동들이다. 세포 수준에서 구체적인 경로가 있다.
그리고 NAD+는 이 경로 위에 있는 분자다.
나이가 들수록 기저 NAD+ 수치가 낮아지면, 운동을 해도 이 회로가 예전만큼 잘 돌아가지 않는다. NAD+ 보충이 이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미나에서 받아들인 메시지는 단순했다.
NAD+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회복과 에너지 대사 쪽에서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는 분자다.
먹는 보충제 vs 수액
시중에 NMN, NR이라는 NAD+ 전구체 경구 보충제가 있다. 먹으면 소화 과정을 거쳐 체내에서 NAD+로 전환된다.
수액은 다르다. 혈관을 통해 직접 전달된다. 소화 과정을 우회하기 때문에 흡수 경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에서는 NAD+ IV 테라피가 이미 장수의학 클리닉의 표준 옵션 중 하나가 됐다. 뉴욕, LA의 CEO, 운동선수, 바이오해커들 사이에서 일상적인 컨디션 관리법으로 쓰이고 있다.
한국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강남, 한남 중심의 프리미엄 웰니스 클리닉들이 이 트렌드를 도입하고 있고, 전반적인 컨디션 관리 프로그램의 일부로 제공되고 있다.
통증의학과 의사가 이걸 왜 주목하는가
통증의학과를 찾는 분들의 가장 흔한 호소 중 하나가 피로다.
"늘 지쳐 있다", "예전 같지 않다", "회복이 안 된다", "집중이 떨어진다." 통증, 회복, 수면, 에너지 대사는 실제 진료에서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이 흐름을 직접 보고 왔다. 카이로프랙틱 학회인 파커 세미나에서 주요 강의 시간을 미토콘드리아, NAD+, 장수의학이 채우고 있었다. 5천 명의 의료인들이 이 내용을 듣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보다 몇 년 앞서 있는 트렌드다.
그래서 우리 클리닉에서도 NAD+ 수액을 다루기 시작했다. 다만 만병통치처럼 내세우는 방식은 경계한다. NAD+ IV의 임상 근거는 아직 확립 단계가 아니다. 세포 수준의 기전과 동물 실험은 쌓이고 있지만, 정맥 주입 방식의 장기 효과를 다룬 대규모 인체 연구는 부족하고, 마우스 실험과 사람 사이의 간극도 그대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 먼저 자리 잡은 흐름이라고 해서 그대로 정답인 것도 아니다.
트렌드의 방향은 지켜보되, 근거가 쌓이는 속도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통증의학과 의사로서 맞다고 본다.
파커 시리즈 다음 글은 Mike Boyle의 장수 운동 강의다. 성인을 위한 트레이닝이 왜 달라야 하는지, 미토콘드리아를 운동으로 어떻게 최적화하는지 이야기한다. NAD+와 이어지는 내용이다.
자주 묻는 질문
NAD+는 정확히 무엇인가?
NAD+는 세포 에너지 대사, DNA 손상 반응, 시르투인 활성 등에 관여하는 보조인자다. 장수의학과 미토콘드리아, 회복을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이유가 있다.
싱클레어 박사의 연구와 NAD+는 어떻게 연결되나?
싱클레어는 노화를 "후성유전 정보의 손실"로 본다. 이 조절 시스템의 핵심에 시르투인이 있고, 시르투인이 작동하려면 NAD+가 필요하다. NAD+는 싱클레어 이론에서 노화 조절 회로를 유지하는 연료 역할을 한다.
먹는 NMN/NR 보충제와 수액의 차이는?
NMN, NR은 경구 복용 후 소화 과정을 거쳐 체내에서 NAD+로 전환된다. 수액은 혈관을 통해 직접 전달되어 소화 과정을 우회한다. 두 방식 모두 NAD+ 수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흡수 경로가 다르다.
NAD+ IV, 효과가 검증된 건가?
아직은 아니다. 세포 수준의 기전과 동물 실험 근거는 쌓이고 있지만, 정맥 주입 방식의 장기 효과를 다룬 대규모 인체 연구는 부족하다. 장수의학 전반이 그렇듯 NAD+도 '유망하지만 확립 전' 단계로 보는 게 정확하다. 도입 여부와 방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판단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