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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의학과 의사가 산부인과 세션을 들은 이유 — Generation M

권진열
11분 읽기

파커 세미나 첫날 오후 1시 세션이었다.

프로그램표에 Jessica Shepherd(산부인과 전문의, Hims & Hers CMO)라고 적혀 있었다. 산부인과. 통증의학과와 접점이 없어 보인다. 옆자리에 앉은 카이로프랙터가 슬쩍 물었다. "이 세션 들을 거야?"

들으러 왔다.

진료실에서 40대 후반, 50대 초반 여성 환자를 하루에 서너 명은 본다. 이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어깨가 아픈 건데 잠도 안 오고, 허리가 뻣뻣한 건데 자꾸 살이 찌고, 관절이 뻑뻑한 건데 기분까지 가라앉는다고 한다. 증상이 하나가 아니다. 전부 따로따로인 것 같으면서 어딘가에서 연결되어 있는 느낌.

그 연결고리가 뭔지 감은 잡히는데, 진료실에서 명확하게 설명해본 적은 없었다.

Shepherd가 첫 슬라이드를 띄웠을 때 알겠다 싶었다.

Generation M이라는 단어

기대수명 78~80세. 40세부터 중년이다. 40년을 더 산다.

Shepherd는 이 40세 이후의 인구를 "Generation M"이라고 불렀다. 작년에 처음 등장한 용어라고 했다. M은 midlife, menopause, 둘 다 된다. 미국에서 매일 6,000명이 폐경에 진입한다. 그 중 75%가 의료인을 찾지 않는다. 70%가 미치료 상태다.

유병률 100%.

암도 아니고, 당뇨도 아니고, 고혈압도 아니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유병률 100%가 아니다. 그런데 폐경은 여성이면 전부 겪는다. 전부.

"6,000 women enter menopause every single day."

세션 내내 이 숫자가 머릿속에 남았다. 매일 6,000명인데 70%가 치료를 안 받고 있다. 질환이 아니라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서. 참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1800년대 여성 기대수명은 58~59세였다. 갱년기라는 단어 자체가 필요 없었다. 난소가 기능을 멈추기 전에 생이 끝났다. 의료 기술이 수명을 늘렸는데, 난소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52세를 전후로 하향곡선을 그린다. 수명은 늘었는데 난소의 시계는 그대로다.

에스트로겐은 전신 호르몬이다

이 부분에서 메모가 빨라졌다.

에스트로겐 하면 생식 호르몬이라고 생각한다. 난소에서 나오고, 임신과 월경에 관여하고, 산부인과의 영역이라고.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는 심장, 뼈, 근육, 뇌, 치아, 피부 등 거의 모든 장기에 존재한다. Shepherd가 인체 그림을 띄우고 수용체 위치를 하나씩 표시했는데, 빈 곳이 거의 없었다.

난소가 52세 전후로 하향곡선을 그린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든다. 그러면 심장, 뼈, 근육, 뇌 전부가 영향을 받는다. 생식 기능 하나가 꺼지는 게 아니라 전신의 보호막이 얇아지는 것이다.

Shepherd가 자동차 조립라인으로 비유를 했다.

"가임기에는 조립라인의 모든 직원이 제시간에 출근하고, 할당량을 채우고, 차를 정해진 일정대로 생산한다. 폐경이행기가 시작되면 Joe가 '오늘 출근하기 싫어요'라고 하고, Jill이 '오늘은 엔진 만들 기분이 아니에요'라고 한다. 직원들이 제각각 움직이면 생산이 들쑥날쑥해진다. 폐경은 에스트로겐이 '나는 영원히 복귀하지 않겠다'고 사직서를 낸 것이다."

강의장에서 웃음이 나왔다. 비유가 정확해서.

몸이 바뀌는 경로

에스트로겐이 줄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Shepherd가 순서대로 짚었다.

첫째, 근육이 줄어든다. 제지방량(lean muscle mass)이 10년당 3~5% 감소하는데, 폐경기에 이 속도가 빨라진다. "먹는 것도 바꾸지 않았고 운동도 바꾸지 않았는데 몸이 달라졌다"는 환자의 호소는 착각이 아니라 생리학적 변화다.

둘째, 포도당 대사가 나빠진다. 근육은 체내 최대의 포도당 흡수 기관이다. 근육량이 줄면 포도당이 갈 곳을 잃는다. 혈중에 남는 포도당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지방으로 전환된다.

셋째, 체지방이 늘고 만성 염증이 온다. 에스트로겐 자체가 항염증(anti-inflammatory) 작용을 한다. 에스트로겐이 줄면 사이토카인(cytokines) 분비가 늘고, 거기에 포도당 대사 이상까지 더해지면 염증 부담이 이중으로 증가한다.

넷째, 뼈가 약해진다. 에스트로겐의 골보호 효과가 사라지면서 골밀도가 떨어진다. 현행 DEXA(골밀도 검사) 권고 시작 연령이 65세인데, Shepherd는 이게 너무 늦다고 했다. 에스트로겐이 빠지기 시작하는 50대 초반부터 뼈 손실은 이미 진행 중이다. 고관절 골절을 겪은 여성의 삶의 질 저하는 심각하고, 많은 경우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게 아니라 뼈가 먼저 골절되고 나서 넘어진다.

이 네 가지가 따로 작동하지 않고 서로를 증폭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근육이 줄면 뼈에 가해지는 기계적 자극도 줄고, 포도당 대사가 나빠지면 염증이 늘고, 염증은 다시 근감소를 촉진한다. 악순환이다.

뇌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세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뇌에도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다. 에스트로겐은 도파민(dopamine)과 세로토닌(serotonin)의 기능을 조절한다. 에스트로겐이 줄면 이 신경전달물질 경로가 둔해진다.

45~55세 사이에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이 급증한다. 항우울제 처방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이 시기다. Shepherd가 지적한 건 이거다. 상당수의 경우 호르몬 상태를 먼저 평가하지 않은 채 항우울제를 처방한다. 정서적 조절, 자기자비, 회복탄력성이 이 시기에 약해지는 것은 성격 탓이 아니라 생화학적 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

진료실에서 "요즘 우울해요"라고 말하는 50대 환자한테 "정신건강의학과 가보세요"라고만 했던 적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 전에 호르몬 변화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산부인과 협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맥락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크다.

WHI 20년, 그 공포의 후유증

Shepherd가 시간을 꽤 할애한 대목이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다.

2002년, WHI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이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였다. 뉴스가 터졌고, 공포가 퍼졌다. 전 세계적으로 HRT 처방률이 급락했다. Shepherd 표현으로는 "여성 건강 분야 최초의 대규모 PR 재앙"이었다.

20년이 지났다.

후속 연구들이 쌓였다. 결론은 원래 WHI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면, 적절한 환자에게 적절히 사용된 HRT의 혜택이 위험보다 크다는 것이었다. 현재 FDA 승인 적응증은 혈관운동 증상, 골다공증 예방, 조기 에스트로겐 결핍증이다. 이 외에도 광범위한 증상에 사용할 수 있으며, FDA 승인 적응증과 실제 임상 적용 범위가 같지는 않다.

투여 경로도 다양하다. 경구, 경피 패치, 젤, 크림, 질내 링, 펠렛 등. 대부분의 환자가 한두 가지 방법만 알고 있다. 절대 규칙이 하나 있다. 자궁이 있는 여성이 에스트로겐을 쓸 경우 자궁내막 보호를 위해 반드시 프로게스테론을 병용해야 한다.

"환자가 호르몬 치료를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 두려움의 근거가 20년 전 잘못 해석된 연구 하나다."

미국에서도 산부인과 레지던시 프로그램 중 갱년기 전문 교육이 포함된 곳이 전체의 25% 미만이라고 했다. 의사도 제대로 안 배운다. 환자는 더 모른다. 매일 6,000명이 폐경에 들어가는데 양쪽 다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진료실에서 바꾼 것

그래서 내 이야기로 돌아온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라고 하는 40~50대 여성 환자. 어깨 통증으로 왔는데 잠을 못 잔다. 허리가 아픈데 살이 찐다. 무릎이 시큰한데 기분이 우울하다. 나는 그동안 각각의 증상에 대응했다. 어깨는 어깨대로, 수면은 수면대로. 연결 지점을 환자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Shepherd 세션 이후에 달라진 건 이거다. 폐경이행기(perimenopause)라는 시기가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까지 최대 12년간 이어진다는 것. 같은 날 10명이 와도 증상이 전부 다르다는 것. SWAN 연구(Study of Women's Health Across the Nation)에 따르면 혈관운동 증상(vasomotor symptoms)의 지속기간이 인종에 따라 다르다. 일본계 여성 약 4.5년, 흑인 여성 11~12년. 같은 폐경이어도 사람마다 이렇게 다르다.

진료실에서 바로 추가한 건 질문 하나다. 40대 이상 여성 환자가 복합 증상을 호소할 때 "생리가 불규칙해지셨나요?"라고 묻는다. 이 질문 하나로 대화의 방향이 달라진다. 환자가 "그게 관련이 있나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은데,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탈모 하나만 따로 떼어서 보면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에스트로겐 감소가 모낭 줄기세포의 성장주기에 영향을 미치고, 전신 호르몬 변화가 두피 혈류와 영양 공급까지 바꿀 수 있다. 큰 그림 안에서 봐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저항성 운동과 단백질 섭취가 가장 먼저라는 점도 Shepherd가 강조한 부분이다. 근육과 뼈를 동시에 자극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저항성 운동이고, 10년당 3~5%씩 빠지는 근육을 잡으려면 단백질 우선 식단이 기본이다. 약 처방 이전의 이야기다.

한국은 어디쯤인가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 폐경은 산부인과 진료 영역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에스트로겐이 전신 호르몬이라면, 통증, 대사, 정신건강, 근골격계 전부가 관련된다. 내과에서도, 정형외과에서도, 재활의학과에서도 이 맥락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각자의 칸막이 안에서 각자의 증상만 보고 있다.

한국에서 40~50대 여성에게 골밀도 검사를 권하면 "아직 이른 거 아니에요?"라는 반응이 나온다. 아직 아니다. 이미 시작됐을 수 있다. DEXA 65세 기준은 미국에서도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한국은 그 기준조차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방의학이라는 말은 많이 한다. 실제로 40대 여성에게 "폐경이행기가 시작될 수 있으니 이런 변화에 주의하세요"라고 말해주는 의사가 몇이나 될까. 나도 안 했다. 이제부터 하려고 한다.

Mike Boyle 세션에서 낙상 예방을 진료 목표에 추가한 것처럼, 이번에는 40대 이상 여성 환자의 복합 증상에 대해 호르몬 변화 가능성을 체크리스트에 넣는다. 작은 변화지만, 질문 하나가 치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파커 시리즈 다음 글은 근육 편이다. Andy Galpin의 근육생리학 세션에서 "근육은 내분비기관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이오카인, 근감소증의 연쇄 반응, 악력 측정이 낙상 예측 인자라는 데이터까지 정리할 예정이다.


자주 묻는 질문

Generation M은 무엇인가?

Generation M은 40세 이후 중년(midlife)과 폐경(menopause)을 경험하는 세대를 가리키는 용어다. 2025년에 처음 등장했다. 기대수명 78~80세 기준으로, 40세부터의 후반부가 삶의 절반에 해당한다. Jessica Shepherd는 Parker Seminar 2026에서 이 세대의 건강 관리가 의료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폐경이행기(perimenopause)는 언제 시작되나?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사이에 시작될 수 있으며, 최대 12년간 지속된다. 폐경(완전히 생리가 멈춘 시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호르몬 변화가 시작된다. 프로게스테론이 먼저 감소하기 시작하고, 에스트로겐이 뒤를 따른다. 증상은 개인마다 다르며, 수면 장애, 관절 통증, 체중 변화, 기분 변화, 안면홍조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WHI 연구 이후 호르몬 대체요법(HRT)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나?

2002년 WHI 연구 발표 이후 HRT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이후 20년간 축적된 후속 연구들은, 60세 이전 또는 폐경 후 10년 이내에 시작한 적절한 HRT의 혜택이 위험보다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투여 경로(경구, 패치, 젤, 크림 등)와 조합이 다양하므로 전문의와 개인 상태에 맞춰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스트로겐이 줄면 통증이 증가하나?

직접적으로 통증을 유발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간접 경로가 여러 개 있다. 에스트로겐 감소로 근육량이 줄고, 관절 연골의 보호 기능이 약해지며, 만성 염증이 증가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 자체가 항염증 작용을 하므로 이것이 감소하면 전신 염증 부담이 높아진다. 수면의 질 저하와 기분 변화도 통증 감수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복합 증상의 맥락에서 호르몬 변화를 고려하는 것이 치료 전략에 도움이 된다.

40대 여성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저항성 운동(근력 운동)과 단백질 섭취 증량이 가장 먼저다. 10년당 3~5%씩 줄어드는 근육량에 대항하려면 이 두 가지가 기본이 된다. 골밀도 검사를 65세까지 미루지 말고 조기에 받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수면, 기분, 체중, 관절 통증 등 복합적인 변화가 나타나면 "나이 들어서 그런가 보다"로 넘기지 말고, 호르몬 변화 가능성을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좋다. 폐경이행기는 궤적을 바꿀 수 있는 시기다.

SWAN 연구가 한국 여성에게도 적용되나?

SWAN 연구는 미국 내 일본계, 백인, 흑인, 히스패닉 여성 등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 여성에 대한 직접 데이터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동아시아계 데이터(일본계 약 4.5년)가 상대적으로 참고 가능하다. 다만 유전, 생활 방식, 스트레스 수준, 어머니의 폐경 경험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므로 개인차가 크다. 일반화보다는 각 환자의 증상 경험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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